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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정말 허탈해요

  • 지난 주말 공연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 이석규 배우에게로 향했다. 아직 피곤한 기색이 남아있어 보였지만, 수줍은 듯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대하는 진솔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대학시절 친구 따라 ‘마당패 탈’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탈춤에 빠져 소리, 풍물, 춤, 연기(종합예술)를 배우며 연극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탈춤을 재창조해서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수의학과에 입학한 아들이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한 집안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춤과 연극은 88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열심히 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춤과 연극, 둘 중 하나도 쉬운 것은 없었죠. 춤은 안무 선생님과 세밀한 동작이며 동선 하나까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개인 공연의 경우 안무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어요. 연극은 맡은 배역의 인물을 자기화시키는 과정은 물론, 상대 배우와 호흡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 작품 당 준비기간이 상당하죠. 그래도 새로운 인물들이 만나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역동적인 작품이 좋아요. 그런 작품들이 나를 고민하고 움직이게 하니까요. 똑같은 작품을 하더라도 몇 개월 뒤 재공연을 하게 되면 다른 고민이 생겨서 좋아요. 연습을 많이 해도 막상 무대에 서면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안무를 잊어버리는 일도 가끔 있어요. 그럴 때는 상황에 맞는 대사를 해요. 초반에는 무작정 대사를 외우는데 나중에는 상황이 기억되거든요.“ 보통 한 작품을 공연하는데 연습기간만 두 달 이상 걸린다. 대사를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역이 정해지면 인물을 조사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극중 인물을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대역의 인물과 맞춰보는 과정 또한 필수적이다. 가끔은 그가 만든 인물이 정답이 아닐 때가 있어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재창조해야 할 때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는 많은 시간 대본을 외우고 연습해도 관객의 주관적인 평가 외에는 달리 재능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 배우의 일이라고 했다. 배우로 사는 삶 “해보고 싶은 역할과 별개로 배역은 원한다고 정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나이 들면서 주어지는 역할에 한계가 있어 고민스러워요. 다만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한테 진정성 있게 다가설 수 있길 바랄 뿐이죠. 순간에 집중하며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도 좋아요. 공연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으면 좋은데 작품이 없는 겨울은 힘들어요. 여름에도 공연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가을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으니 덜 힘들죠. 공연이 없을 때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 다른 악기도 배우러 다니고 춤도 배우며 지내요.“ 그는 연극이 끝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큰 허탈함을 느낀다고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했는데 이제 나는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하나’하는 공허함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배역이 정해지면 자신의 모든 것을 그 인물에 맞춰 살다가 연극이 끝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니 배우의 삶이란 이별과 죽음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그가 무대 위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 두렵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해보고 싶은 역할과 별개로 삶은 원한다고 정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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