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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하고 깊은 음색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가객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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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하고 깊은 음색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가객
'하윤주 정가 보컬리스트'

    단아한 모습과 매력적인 목소리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는 정가(正歌)보컬리스트 하윤주. 기쁨과 환희는 차분하게, 슬픔과 애달픔은 가만가만 다독이는 그녀의 음색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기묘한 힘을 지녔다. 공연뿐만 아니라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과 즐거운 소통을 이어가는 그녀는 이름 조차 낯선 정가를 계승하기 위해 자신의 예술혼을 애틋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마음의 빗장을 여는 매력적인 목소리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청아하면서도 낭창한 목소리. 화사한 꽃잎 위에 살포시 앉았다가 다시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절제된 몸짓과 애절한 눈빛으로 전달되는 정가의 선율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가는 판소리나 민요처럼 익숙한 멜로디나 구성진 가락,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기품과 여백이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전통 성악이다. 
    ‘청산별곡’이나 ‘가시리’처럼 선조들이 지은 시조와 한시를 노랫말로 하는 정가는 국가무형문화재 ‘가곡’과 ‘가사’로 등재된 장르이다. 바를 ‘정(正)’, 노래 ‘가(歌)’, 말 그대로 ‘바른 노래’라는 의미가 담긴 정가는 의궤와 악보를 정리해 편찬한 『악학궤범』에도 수록되어 있다. 문학에 뿌리를 둔 음악이기에 정가를 향유한 계층은 주로 양반 사대부이다. 옛날에는 정가를 전문으로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 불렀으며, 양반들은 정가를 부르며 내적 수양을 쌓기도 했다.
    국악 음계 중 황종(黃鍾), 중려(仲呂), 임종(林鍾) 등 세 음을 바탕음으로 하는 정가는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정적이고 단조롭지만 소리를 흘리고 꺾는 ‘시금새’가 트로트의 꺾임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들리는 우리 고유의 소리이다.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는 특유의 맑고 고운 음색으로 시를 읊듯 한 소절 한 소절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부른다. 갈망과 열정, 간절함과 슬픔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관객이 그녀의 노래에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는 건, 가늠할 수 없는 ‘삶의 무게’ 때문은 아닐까. ‘정가 여신’이란 별칭이 생길 만큼 사람들은 마음 깊이 스며드는 그녀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는다. 정가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고 하물며 국악에도 관심이 많지 않았던 관객이 그녀의 노래에 매료되는 이유는 듣는 순간 마음의 빗장을 풀게 만드는 감성적인 선율과 그 울림을 전달하고자 하는 그녀의 열정 때문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혼
    보컬리스트 하윤주가 정가에 매료된 것은 유행가처럼 흔하지 않은 음악이 주는 신선함과 노래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정가 가객 정인경 선생과 만난 인연은 우리 전통 음악을 계승하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정가를 듣는 순간 깊이 빠지게 되었다거나, 어떤 찰나에 매료된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정가를 처음 접하고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정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정가를 배울 수 없게 됐을 때도 선생님을 찾아가 배울 정도로 재미를 느꼈죠.”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정가를 이수한 그녀는 한양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한 후 국립국악원에서 활동했다. 2012년부터는 프리랜서로 독립해 공연뿐만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교양,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정가를 하는 사람은 국악인 중에서도 아주 소수예요. 국악 전공자 100명 중 겨우 한 명 정도가 정가를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 전통음악을 알리고 계승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요.” 정가는 희소성 있는 분야이지만 현대적인 다른 장르와 융합이 어렵고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아 자부심과 열정만으로는 전통을 지켜 나가기 어렵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정가를 알릴 수 있는 무대가 없어 고민과 갈등이 깊었다. 하지만 그녀는 국악을 하는 친구들과 서로를 격려하며 스스로 활동 영역을 개척해 나갔다. “무대가 없는 걸 한탄하기보다 내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정가뿐 아니라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활동 무대는 스스로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정가를 알릴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서고, 언밸런스할 것 같은 다른 장르와의 융합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춤과 연기도 배우고 ‘로또싱어’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유튜브로 노래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팬들과 즐거운 소통도 이어 나갔다. 2017년에는 음악극 「적로」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객은 정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공연을 통해 관심도가 높아졌으며, 예상 밖의 흥행도 이어져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공연을 이어갔다. 「적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 두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이 두 인물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기생 ‘산월’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이 작품을 선보인 이듬해 ‘KBS 국악대상 가악상’을, 201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01.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추선'무대 모습. 노래 하윤주, 피아노 전지훈      02. KBS 국악한마당에서 두번째달과 함께한 '청산도' 무대 모습
03. 하윤주는 201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현대적 감성으로 정가의 대중화에 기여하다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인 그녀는 무대에 설 때마다 정가의 아름다운 소리와 매력을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과 심연의 감동을 전달하려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야 한다. “정가는 담담한 선율로 표현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품을 수 있어요. 노랫말이 시조이다 보니 짧은 한마디에 함축된 의미를 담기 위해 엄청난 공력으로 노래를 불러야 해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남녀의 애틋한 사랑, 교훈적인 내용까지 시조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도 다양해 가사 안에 담긴 의미와 맥락, 화자의 감정, 시대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리의 결을 만들어 가는 이 과정은 어렵지만 그녀는 수많은 번민과 위기를 넘어서며 정가를 계승해 왔듯이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다. 전통을 지키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가의 아름다운 소리를 널리 전하고 싶다는 그녀는 꾸준히 앨범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첫 번째 앨범인 「추선」은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국악기를 배제하고 피아노 반주만으로 구성했다. 수록곡 중 두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창작곡으로, 정가를 모르는 일반 대중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현대적 가사와 멜로디에 신경을 썼다.
    세계의 민속음악을 재해석해 연주해 온 ‘에스닉 퓨전 밴드’의 ‘두 번째 달’의 프로젝트 앨범 「팔도유람」에서는 서양악기와 정가의 융합을 시도해 전통과 현대, 동서양 음악의 조화를 이뤄냈다. 2년 전 발매된 2집 「황홀극치」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정가로 노래한 앨범이다. 1집보다 좀 더 대중적인 멜로디와 호흡으로 곡을 만들었다. 독창회와 음악극, 뮤지컬,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활동 등 영역의 제한 없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정가의 대중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오는 8월 12일부터는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음악극 「서향」을 통해 정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흐르는 시간과 담는 그릇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는 물과 같은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어떤 한계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며 시대에 따라 변모되는 정가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싶다는 그녀의 행보가 우리 문화의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